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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2 23:35 Sloppy Fixation
치훈재규





놈을 징계방에 가둔 승리를 자축하는 술파티를 벌이고 눈싸움까지 한바탕 마친 후 재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제 방으로 가던 걸음을 멈추어 섰다. 최근 몇년 사이 이런 식으로 신나게 순간을 즐겼던 적이 있었던가. 이런 식으로 누군가와의 강한 유대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가. 기분 좋게 두근거리는 심장 위에 꽁꽁 언 손을 얹고 창 밖을 내다보던 재규는 불현듯 표정을 굳혔다. 중앙 정원의 하얀 눈밭에 작게 솟은 언덕, 그 아래에는 선생님의 시체가 있다.

“하아...”

축축하게 젖은 옷 때문에 덜덜 떨리는 몸을 양팔로 감싸안은 채 중앙 정원으로 걸어나와 선생님의 시체 앞에 선 재규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이제와서는 누군가가 김진수를 기억하는 것이 그렇게도 중요한 일이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기실 모든 일의 원인 제공자는 자신인데 이런 식으로 함께 즐거워해도 되는 걸까. 무릎을 끌어안고 쪼그려 앉은 재규는 며칠 간 제대로 자지 못해 묵직한 눈두덩을 꾹꾹 눌렀다. 순간 두 볼 위로 따뜻한 것이 흐른다 생각했더니 소복하게 쌓인 눈 위로 뚝뚝 떨어지는 건 눈물 방울이었다. 수신고에 오고는 단 하루도 울고 싶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그래도 눈물은 나지 않았는데.

“이재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손으로 대충 얼굴을 훔치며 고개를 드니 언제나처럼 무표정한 얼굴을 한 치훈이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다. 만 하루를 감금되어있었던 치훈은 조금 마른 듯 했지만 부리부리한 눈은 어둠속에서도 형형하게 빛이 난다. 나를 알지도 못했던 네가 내 이름을 불렀으니 이제 나는 너에게 가서 꽃이 되는 것일까. 달빛을 등지고 선 치훈을 보며 재규는 제 어이없는 생각에 조금 웃고 만다.

“추운데 뭐해.”

발갛게 곱은 재규의 두 손을 그러 모은 치훈이 제 손바닥 사이에 넣는다. 

“최치훈?”

따뜻한 것이 닿은 손등이 간질거려서 재규는 코끝을 찡긋거리며 의뭉스러운 눈으로 치훈을 올려다보았다. 

“옷 젖었는데 이러고 있으면 감기 걸릴텐데.”

치훈은 조금 인상을 쓰며 제 두 손 사이에 있는 재규의 손을 잡고 힘을 주어 끌어당긴다. 꽁꽁 언 다리가 제대로 펴지지 않아서 엉거주춤 치훈의 손을 잡은 채로 일어난 재규는 조금 비틀거렸다. 

“들어가자.”

치훈의 재촉에도 재규는 움직이지 않는다. 창문 밖의 재규를 보고 어쩐지 급한 마음이 들어 대충 챙겨입고 나오는 바람에 몸이 으슬으슬 떨려오지만 허옇다 못해 보랏빛으로 질려있는 재규를 그냥 두고 들어가면 안될 듯한 기분이 들어 하는 수 없이 걸음을 멈추었다.

“...어째서 말하지 않았어?”

재규의 물음에 치훈은 그저 작게 어깨를 으쓱였을 뿐이다. 재규가 듣고 싶어하는 대답이라면 얼마든지 지어낼 수 있겠지만 정작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자신도 알 수 없다. 다만 겁먹은 초식동물 같은 눈을 하고 자신을 보던 재규를 보자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놈의 손에 이끌려 사지로 내몰리던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네가 살아있어서 정말 기쁜데 한편으로는 너무 두려워.”

발끝을 보고 선 재규는 군데군데 울음이 섞인 문장을 토해내었다. 떨어진 눈물이 재규의 검은 운동화 위에 동그라미를 연이어 그리는 것을 보면서 치훈은 조금 곤란한 얼굴을 한다.

“너야말로 어째서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지 않아?”

“그야, 난 자격이 없으니까.”

끅끅,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내면서도 망설임없는 대답에 치훈은 재규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일정한 템포의 신체접촉은 긴장을 풀어주면서 안정을 준다, 는 책의 구절이 떠올랐던 것이다. 효과가 있는 것인지 재규의 호흡은 점점 골라지는데 도리어 치훈은 감금 당했던 동안에도 느끼지 못했던 초조함에 혼란스러운 기분이 든다.

“갇혀있는 동안 식사가 보장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에너지를 무리하게 쓰지 않는 게 당연한데도 나는 필사적으로 탈출구를 찾았어.”

꼭 쥐어진 주먹으로 젖은 얼굴을 부비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재규의 일렁거리는 눈을 보며 치훈은 말을 잇는다.

“만일 아이들이 알게 된다면 너를 사냥할 것 같았어. 그걸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

“......”

“어째서 말하고 싶지 않은 걸까.”

질문인지 혼잣말인지 알 수가 없는 말에 재규는 잠자코 있었다. 

“들어가자.”

다시 한번 제 손을 잡아끄는 치훈의 손길을 따라 재규는 발걸음을 옮긴다. 

“...고마워.”

치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춥고 외롭고 두려웠던 마음은 맞잡은 두 손 안에서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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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습을 하던가 해야지. 디테일이나 타임라인이 가물가물하다. 비루한 뇌용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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