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6 00:20
Sloppy Fixation
진디
“...저기,”
“...저기,”
선호가 옆에 있는 물병 좀 달라고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분명함에도 충재는 돌아보지 않는다.
맞은 편에 앉은 동완이 진아, 하면서 눈치를 주는데도 충재는 대꾸도 않고 제 앞에 잔만 연거푸 비운다. 이를테면 그런 것이었다. 저한테 선호는 끔찍하게도 귀여운 동생인데 선호에게 저는 그냥 동네형 나부랭이만도 못해서 십몇년동안 형소리 한번 못 들은 것이 못내 억울한 거다.
“야 야, 그건 아니지.”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민우가 말을 꺼내려는 걸 동완이 말리려는데 접때 언제야, 술게임할 때 니새끼가 우리한테 다 형형거리게 만들어 가지고 앤디가 형 했냐 안했냐, 말을 이미 뱉었다. 민우가 말하는 접때, 는 충재 생일이었고 술게임에서 충재의 청대로 생일맞이 야자타임 중이었다.
“아 시발. 진짜 그 이야기는 하지 말라니까!”
그러니까 박충재씨의 이론에 의하자면 야자게임은 서열을 위에서 아래로 몽땅 뒤집는 거니까 막내인 선호가 자신에게 형이라고 부르면 안 됐다는 거다. 평소에 저를 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더욱더 명명백백해진 그날 두배로 서러웠던 충재는 결국 병나발을 불다 드물게 술 먹고 실려가버리기까지 했던 그 사건을 하필 민우가 끄집어낸 것이다.
선호의 입장에서 보면 제 친구들이 대부분 80년생들이기도 하고 또 그 무리가 충재의 친구들과도 일부 겹치다보니 족보가 꼬이는 것도 불편하고 팀으로 묶이면서 막내로 입지가 굳어지긴 했어도 연습생 시절엔 야자하던 친구에게 형소리가 쉽게 나오지는 않을 테다. 다만 충재는 연습생 시절에도 선호가 ‘너무’ 귀여운 친구였다가 신화의 막내가 되고 보니 이놈의 막내가 형형 하면서 부리는 애교가 저도 고파진 거다. 게다가 카메라가 돌 때는 그럭저럭 저한테도 (가뭄에 콩나듯이긴 하지만) 매달리고는 하다가 카메라가 나가는 순간 찬바람 쌩쌩이라니 그게 아직까지도 영 섭섭한 모양이다.
“야, 선호는 나한테도 이새끼저새끼 찾는 거 모르냐? 쟤는 원래 에릭 빠돌이잖아.”
동완이 위로를 한다고 하는데도 충재는 화를 풀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다. 몇 년에 한번씩 충재는 이럴 때가 있다. 어디 가서 무슨 소리를 듣고 이러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달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아 됐어. 담배나 피고 올래.”
왁자지껄한 고깃집에서 나와서 끄아아- 부러 큰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켰다. 후우, 크게 숨을 내쉬니 허연 입김이 담배연기처럼 눈앞을 어지럽힌다.
‘왜 선호는 나를 형으로 생각해주지 않을까. 키도 크고 멋있는데. 역시 재력이 에릭형한테 밀려서...?’
복잡한 마음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잡히는 게 없다. 담배를 식당 안에 두고 나온 모양이다. 아, 정말 되는 일이 없으려니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팔을 툭 친 손이 담배갑을 내민다.
“어, 선호야.”
“담배 핀다는 사람이 담배를 두고 나가냐.”
충재가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건네받은 담배갑에서 담배를 꺼내 물자 선호가 나도 줘 하고는 물려 달라고 고개를 내민다. 그러니까, 달랑 다섯 달 차이라는 생년월일을 납득하지 못하는 것 아닌데 이렇게 아기처럼 둥근 눈이라던가 붉고 통통한 입술이라던가 하얗고 토실토실한 볼을 보면 아무래도 동생이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새롬이만큼 귀여운데. 어쩔 땐 애교도 더 많고.
후우-
능숙하게 담배연기를 내뱉은 선호가 어깨를 툭 치길래 쪼그리고 앉아 애꿎은 땅만 헤집던 충재가 고개를 돌렸는데도 선호는 여전히 앞만 보고 있다.
“잘 생기고 키도 큰데 형이기까지하면 억울하잖아. 그래서 못하겠어. 이해 좀 해줘.”
한참 만에 말을 꺼낸 선호가 비싯, 웃더니 툭 담배를 튕겨서 벽에 맞추고는 아 춥다 들어갈래- 하고는 엉덩이를 털면서 일어난다.
“아으... 진짜 이길 수가 없네, 이선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충재도 몸을 일으켜 세운다.
“야- 같이 들어가자, 친구야.”
평소 같았으면 얼른 밀쳐냈을텐데 어쩐 일로 오늘은 어깨에 팔을 둘러오는 충재를 선호는 뿌리치지 않는다.
오랜만에 함께 하는 밤. 에이, 뭐 형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 싶은 기분이 잠깐 들었던 충재는 다시 조금 섭섭한 마음이 되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에 형 답게 점잖게 대처해야지, 하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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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리 전역이 가까워오는데 요즘 유승호 때문에 정신 못차리는 것이 문득 죄스러워서(?) 급 망상.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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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리 전역이 가까워오는데 요즘 유승호 때문에 정신 못차리는 것이 문득 죄스러워서(?) 급 망상.ㄲㄲㄲ